- 본문 소개
-
승규는 벗은 옷을 털고 있다가 씹고만 있던 그 말을 내놓고 말았다.
“지금 젖꼭지 다 보이는데, 정말 괜찮겠어요?”
예상했던 그대로 놀란 은수는 얼른 두 팔로 가슴을 가리고, 승규가 입혀주는 추리닝을 군말 없이 받아 입었다. 그는 재빨리 지퍼를 채우고 떨고 있는 은수 턱밑까지 올려주었다. - 7. 폭우 본문 중에서
웃음기를 거둔 승규가 모델의 얼굴을 두 손으로 감싸고 천천히 입을 맞췄다. 주위는 일시에 잠잠해졌고, 보고 있던 은수의 두 팔에는 소름이 돋아 있었다.
“O~K 카메라 천천히 끌면~서~, 컷! 좋았어. 이 느낌으로 한 번 더 가자고.”
“성훈아, 방금 OK 사인 아니었냐?”
사인을 확인하는 승규의 입 언저리는 붉은 립스틱이 번져있었다. 구경꾼들은 감독의 ‘한 번 더’에 환호했지만, 은수는 무리에서 벗어나 숙소로 향했다. 조금 전까지 차올랐던 기쁨은 거짓말처럼 사라지고, 바람 부는 바닷길은 멀기만 했다. - 10. 푸른 제주 본문 중에서
그제야 긴가민가한 몸짓으로 은수가 돌아섰다. 그녀는 승규가 있는 게 믿기지 않는지 눈을 몇 번 깜박이고 나서야 “왔어요?”라고 했다. 눈물을 주르르 흘리며 웃어주는 은수를 그는 숨죽이고 바라봤다. 울어서 빨갛게 된 눈과 코, 미풍에도 날아갈 것 같은 가는 몸을.
승규는 흐느낌이 남은 은수를 안아주고 싶었지만, 의자에 앉아 옆자리를 두드리는 것으로 그 마음을 대신했다. - 32. 그의 신비한 주문 본문 중에서
은수는 아파하는 승규를 더는 볼 수 없어 그를 밀치고 방에서 나와 버렸다. 그리고 서너 걸음을 옮겼을 때, 문짝이 부서져라, 쾅~하는 소리가 들려왔다. 은수는 그 굉음에 놀라 자리에 풀썩 주저앉았다. ‘저토록 솔직하고 청초한 사람이 편협하고 비겁한 나 때문에 상처 입고 아파야 하다니…‘ 라는 생각에 눈물이 쏟아졌다. 그럼에도 여전히 버티고 있는 알량한 자신이 가여워 은수는 또 한참을 울었다. - 32. 허영심 본문 중에서
...